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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다시 살아주세요

by applenamu 2024. 3. 15.

다시 살아주세요

신미나 산문

파쇼가 세운 사탑은 높다. 언어는 교묘하게 '고통'과 '고통스럽다'는 말의 간극에 시멘트를 바른다. 파쇼는 말한다. "저 예술가를 보라. 그는 자신이 세운 탐미의 성 안에서 스테인드글라스에 반사되는 허영과 노닌다. 저 깨끗한 발에 군색한 생활의 오물 한 점 묻히지 않으면서. 자네는 어떤가. 제 얘기는 한 톨도 꺼내놓지 않으면서. 자신이라면 결코 겪고 싶지 않은 타인의 불행을 가져다 쓰는 것에 대해? 그런 것은 반칙일세. 정치가 할 일을 문학으로 하지 말게나." p.141

'치매.' 어리석을 치 痴, 미련할 매 呆,
사람들은 살아 있는 사람의 아픔을 두고 이토록 비정하고 못된 병명을 붙인다.  p.165

내가 죽음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삼았다면, 엄마는 죽음이라는 과정을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다. 삶을 가끔 흐린 눈으로 보아야 할 때가 있다. 정확한 진실이 삶을 찌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거짓보다 진실에 베인다. 모든 생명이 존재 이유를 명확히 알고 살아가는 게 아니다. 엄마에게 삶의 의미를 이식하려 한 것은 나의 욕망이었다. p.169

우연은 신이 인생의 한 페이지에 무심코 끼워둔 전단지 같다.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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