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주세요
신미나 산문
파쇼가 세운 사탑은 높다. 언어는 교묘하게 '고통'과 '고통스럽다'는 말의 간극에 시멘트를 바른다. 파쇼는 말한다. "저 예술가를 보라. 그는 자신이 세운 탐미의 성 안에서 스테인드글라스에 반사되는 허영과 노닌다. 저 깨끗한 발에 군색한 생활의 오물 한 점 묻히지 않으면서. 자네는 어떤가. 제 얘기는 한 톨도 꺼내놓지 않으면서. 자신이라면 결코 겪고 싶지 않은 타인의 불행을 가져다 쓰는 것에 대해? 그런 것은 반칙일세. 정치가 할 일을 문학으로 하지 말게나." p.141
'치매.' 어리석을 치 痴, 미련할 매 呆,
사람들은 살아 있는 사람의 아픔을 두고 이토록 비정하고 못된 병명을 붙인다. p.165
내가 죽음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삼았다면, 엄마는 죽음이라는 과정을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다. 삶을 가끔 흐린 눈으로 보아야 할 때가 있다. 정확한 진실이 삶을 찌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거짓보다 진실에 베인다. 모든 생명이 존재 이유를 명확히 알고 살아가는 게 아니다. 엄마에게 삶의 의미를 이식하려 한 것은 나의 욕망이었다. p.169
우연은 신이 인생의 한 페이지에 무심코 끼워둔 전단지 같다.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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