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박태환 글 하융(이상) 삽화
일찍이 그는 고독을 사랑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고독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의 심경의 바른 표현이 못 될 게다. 그는 결코 고독을 사랑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아니 도리어 그는 그것을 그지없이 무서워하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고독과 힘을 겨루어, 결코 그것을 이겨 내지 못하였다. 그런 때, 구보는 차라리 고독에게 몸을 떠맡겨 버리고, 그리고 스스로 자기는 고독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라고 꾸며 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34면, 5화 중.
구보는, 문득, 수첩과 만년필을 그에게 주고, 가(可)하면 O를, 부(否)면 X를 그리고, O인 경우에는 내일 정오에 화신상회 옥상으로 오라고, 네가 무어라 표를 질러 놓든 내일 아침까지는 그것을 . 펴보지 않을 테니 안심하고 쓰라고, 그런 말을 하고, 그 새로 생각해 낸 조그만 유희에 구보는 명랑하게 또 유쾌하게 웃었다. 180면, 29화 중에서
📖
아침 일찍 우산 챙겨 나가라는 어머니의 당부를 뒤로 하고 집을 나선 소설가 구보.
1934년의 경성을 걷기 시작한다.
광화문, 을지로, 조선호텔, 서울역, 화신상회 그리고 다방 등등. 그가 늘 걷는 그 곳은 생경하고 사람들은 구보와 별개의 세상에 사는 것 같다. 그러다가도 느끼는 하나. 스치는 모두가 소설가 구보에게 의미있다.
옛 어휘와 익숙치 않은 문장으로 인해 잘 읽히지 않을 땐 소리내서 읽어보길.
유쾌한 한 편의 모노드라마의 느낌도 나고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반응형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뗏목 (0) | 2024.03.13 |
---|---|
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 (0) | 2024.03.13 |
care for some wine? 와인 마실래? (0) | 2024.02.22 |
Love : 사랑 (0) | 2024.02.17 |
성령의 열매 (0) | 2023.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