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금희
사는 게 친절을 전제로 한다고 생각하면 불친절이 불이익이 되지만 친절 없음이 기본값이라 여기면 불친절은 그냥 이득도 손실도 아닌 ‘0’으로 수렴된다. p.70
너무 마음이 아프면 외면하고 싶어지거든. 아까 우리도 말했지? 너무를 조심하자고. p.122
사람들에게는, 진심을 주지 않음으로써 누군가를 결국 무력화하는 힘이 있는데 어떤 부류들은 진실에는 무관심하곤 했다. p.128
이해했기에 밉지 않았다. 이해하면 미움만은 피할 수 있었다. 때론 슬픔도 농담으로 슬쩍 퉁치고 넘어갈 수 있었다. p.269
”영두야, 그건 인간의 시간과는 다른 시간들이 언제나 흐르고 있다는 얘기지. “ p. 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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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 온실 수리를 맡게 된 강화 석모도 출신인 영두는 창경궁 담벼락을 맞닿아 있는 일본식 가옥, 낙원하숙에서 하숙을 하며 강남으로 중학교로 다녔다. 예상치도 못한 일에 거짓증언으로 연류되며 영두는 낙원하숙을 떠난다. 다신 열어보고 싶지 않던 그 아픔과 상처의 시절이 창경궁, 복원공사, 대온실 수리 보고서 작성이라는 일을 맡으며 대면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수 많은 인물들의 삶과 시간. 영두는 그들의 시간을 통해 과거를 마주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낸다.
꽤 많은 인물들과 다른 시간이 바쁘게 교체되나 격식에 꼭 맞는 공문서 읽듯 읽히는 글이다. 김금희작가의 지난 소설 몇편은 다소 아쉬움이 남았는데 이번 소설은 읽는 내내 나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책이었다. 좋은 글을 읽은 것 같아 만족스럽고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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