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도둑
The Art Thief
by Michael Finkel
예술, 범죄, 사랑 그리고 욕망에 관한 위험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아담과 이브> 상아 조각상을 훔치고 나서는 조각가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어 며칠간 작품에 대해 공부했다. 게오르크 페텔은 고아였으며 독일 바이에른에서 자랐다. 일찍부터 단단한 물체를 부드럽고 유연하게 보이도록 만드는데 재능을 보였다. 이 점이 독일 왕실의 눈에 띄어 궁중 예술가로 일 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당시 궁중 예술가는 성공의 지름길이었지만, 페텔은 한정된 작품을 만들고 싶지 않았고 자유롭게 여행하고 싶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러다 앤트워프에서 페테르 파울 루벤스를 만난다. 나이로는 한 세대 위였던 루벤스는 기꺼이 멘토가 되어주고 훌륭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를 고맙게 여긴 페텔은 <아담과 이브>를 조각해 루벤스에게 선물했다. 그러나 페텔은 자신이 가진 재능의 깊이를 완전히 알기도 전이었던 1635년, 34세의 나이에 전염병으로 요절했다. p. 85
더 심각한 문제는 이제 브라이트비저가 작품을 제대로 돌보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는 예술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큰 사명이라고 늘 주장해왔지만, 그뤼예르성의 섬세한 융단을 창문으로 던지고 침대 밑에 처박아두는 것은 보호와는 거리가 멀다. 르네상스 시대 그림들은 어떠한가. 거의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벽에서 잡아채 급하게 액자에서 빼내고 차 트렁크에 실어 덜컹거리는 길을 이동한다. 보안 카메라를 등지고 훔쳤던 약제상 유화는 나무판 세 개가 결합되어 있는데, 다락에서 이미 화판 사이가 벌어지고 뒤틀리기 시작했다. p.197
무릎을 손에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여 상아 조각상을 관찰한다. 코가 거의 진열장에 닿으려고 한다. <아담과 이브>는 운하에 잠겼다 구출됐는데도 상태가 나쁘지 않다. 뱀은 여전히 선악과 나무를 불길하게 감싸고 있고 태초의 인간 두 명도 똑같이 관능적이다. 이브는 머리카락을 등까지 늘어뜨리고 있다. 브라이트비저가 눈을 크게 뜨고 이마를 찡그린다. 이미 죽었던 사람이 살아 돌아온 것을 목격한 듯한 느낌이다. 몇 년을 포스터 침대에서 손을 뻗어 어루만지던 <아담과 이브>다. p.287
📝
1997년 이제 갓 20세를 넘긴 청춘 남녀, 스테판 브라이트비저와 앤 캐서린 클레인클라우스는 오후 2시 벨기에 앤트워프, 루벤스의 집안에서 서 있다.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그 곳에는 그들 특히 스테판의 눈에 띈 상아색 조각상, <아담과 이브>이 있다. 그 작품을 본 스테판은 순간 이 작품을 갖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이게 된다. 그것은 너무나도 쉽게 현실로 이뤄진다. 그리고 태초에 하나님의 아담과 이브를 통해 인간을 만든 것과는 아무 상관도 없지만, 그 작품을 그가 손에 쥔 뒤 스테판 브라이트비저는 향후 십년간 300여점 이상의 예술품을 훔치는 대도가 된다. 처음엔 그는 단지 갖고 싶다는 욕망에서 시작되었다. 그 누구보다 자신이 예술이 대한 사랑이 깊고 그에 상응하는 관심을 줄 사람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의 도둑질은 도둑질 그 자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만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주인공인 브라이트비저의 예술품 도둑질도 대단하지만, 그 이상으로 이 책을 쓴 작가를 칭찬하고 싶다. 그의 서술과 묘사는 독자를 마치 함께 주인공의 도둑질하는 공간에 숨어들어 지켜보는 사람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보는 내내 브라이트비저의 행동에 예의주시하게 되고 당장 근처 박물관에 가서 그가 한 행동들이 정말 가능한 지 확인해보고 싶어질 정도이다.
아무도 죽지 않지만, 웬만한 스릴러 이상의 책이라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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