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구
고 김민기 님의 명복을 빕니다. 내가 아주 어릴 때에 같이 살던 백구인 진순이, 진돌이가 있었어요. 우리 집, 마당엔 사과나무, 배나무, 라일락 나무 그리고 진돗개, 백구가 있었지요. 계절이 주는 냄새가 있었는데, 찌는듯한 여름, 이 맘 때쯤이면 백구들의 소변 냄새가 진동을 했어요. 아빠는 개를 좋아하셨어요. 특히 진돗개를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암캐는 진순이, 수캐는 진돌이, 전 우리 집 진순이, 진돌이 덕에? 진돗개가 똑똑한 지 도통 알 수 없었어요. 한번도 짓는 법이 없었거든요. 그래도 자식은 끔찍하게 생각한다는 이미지는 잊을 수 없는 눈빛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눈 내리는 어느 날, 진순이는 새끼를 다섯 마리를 낳았어요. 다행히 손재주가 좋았던 아빠덕에 진순이와 새끼들은 삼각지붕 모양의 집에서 ..
2024. 7. 25.
마당에서 수확한 채소들
드디어 올 여름, 첫 수확을 했어요. 레몬은 열매 맺고 도토리 방울 만한 크기가 될 정도로 자라면 다람쥐들이 따 먹다 맛이 없는지 하나 둘 땅에 떨어져 있고, 호박은 꽃이 예쁘게 피는구나 싶으면 다음 날 그 노랗고 예쁜 꽃이 처참히 뭉개져 있기가 일쑤더라고요. 동물들과 나눠먹어야 하는 것은 알지만, 올 해는 유난히 열매 맺음 사라지는 통에 토마토와 오이의 성장이 몇 배로 더 신나고 감사하고 귀하게 느껴지네요. 토마토로 레몬즙, 양파, 실란트로, 올리브유, 소금, 후추 넣고 샐러드를 만들까 했는데, 탱탱한 토마토 칼로 잘라서 입에 넣었는데, 어머나!! 이건 그냥 먹어야 해!! 라는 울림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렇게 토마토는 자연 그대로 먹고 오이는 오돌도돌 숨구멍만 정리해 콩국수에 고명으로 올려 먹었어요. ..
2024. 7.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