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민기 님의 명복을 빕니다.
내가 아주 어릴 때에 같이 살던 백구인 진순이, 진돌이가 있었어요. 우리 집, 마당엔 사과나무, 배나무, 라일락 나무 그리고 진돗개, 백구가 있었지요.
계절이 주는 냄새가 있었는데, 찌는
듯한 여름, 이 맘 때쯤이면 백구들의 소변 냄새가 진동을 했어요.
아빠는 개를 좋아하셨어요.
특히 진돗개를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암캐는 진순이, 수캐는 진돌이,
전 우리 집 진순이, 진돌이 덕에?
진돗개가 똑똑한 지 도통 알 수 없었어요.
한번도 짓는 법이 없었거든요.
그래도 자식은 끔찍하게 생각한다는 이미지는 잊을 수 없는 눈빛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눈 내리는 어느 날, 진순이는 새끼를 다섯 마리를 낳았어요. 다행히 손재주가 좋았던 아빠덕에 진순이와 새끼들은 삼각지붕 모양의 집에서 지낼 수 있었어요. 끼니마다 펄펄 끓는 미역국도 먹으며 말이죠.
도통 개들애게 관심 없던 저는
새끼 강아지를 낳은 이 때만큼은 도통 무신경할 수 없겠더라고요. 국이 저리 펄펄 끓는데 먹어도 될지 이불을 좀 더 가져다줘야 하는 것은 아닌지 등등..
[과거를 기억하고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축복인 것 같아요.]
김민기님은 아빠가 제게 소개해 준 분이었어요.
카세트 테이프라고 하죠?
제게 재생 버튼을 눌러 ‘백구’가 우리 집 앞 마당 강아지라며 들어보라고 하셨던 아버지.
모두 그리운 밤입니다.
백구도, 아버지도, 김민기님도…
https://youtu.be/mlklWlE8ciI?si=Zyq0E9Wc5cMSqmx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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