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2 그 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 그 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 김용택 시집 사랑방 김용택 우리 뒷집 그 뒷집에 사랑방이 있었다.동네에서 오줌독이 제일 컸다.그 오줌독에 개 가죽 노루 가죽 담가 기름 빼서 열채, 궁굴채, 장구를 만들었다.부낭 큰 푸세식 화장실도 제일 컸다.한겨울 지나면 봄이 되기 전 그 큰 부낭 똥이 넘쳤다.그 방에서 집 없는빠꾸 하나씨도 자고 강샌도 자고 마누라하고 싸운 남정네들도 잤다.담배 찌든 냄새, 발 꼬랑내, 메주 냄새가 섞여 머리가 띵했다.어머니와 싸운 날 아침 식사 때가 되어도 오지 않는 아버지를 모시러 가보면아버지는 모로 누워 있었다.내가 불러도 돌아보지도 않고 알았다고만 했다.아버지가 베고 있는 목침에는 담뱃불로 탄 자국이 여기저기 까만 사마귀처럼 뚜렷했다.어른들이 없는 날 그 방에 가보면.. 2024. 8. 4.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정호승 시집 아버지의 죽음에는 삽이 필요하다 줄담배를 피우며 비오는 날마다 흙이 되지 않으면 아니되었던 저 곤고한 아버지의 삽질을 위해 삽으로 파묻는 죽음의 따스한 손길을 위해 삽, 중에서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을 생각한 것은 잘못이었다 미움이 끝난 뒤에도 다시 나를 미워한 것은 잘못이었다 눈은 그쳤다가 눈물버섯처럼 또 내리고 나는 또다시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린다 첫 눈, 중에서 뿌리에 흐르는 빗소리가 되어 절벽 위에 부는 바람이 되어 나 자신의 적인 나 자신을 나 자신위 증오인 나 자신을 용서하고 싶다 늙은 어머니의 젖가슴을 만지며, 중에서 사람들은 사랑이 끝난 뒤에도 사랑을 모른다 사랑이 다 끝난 뒤에도 끝난 줄을 모른다 창 밖에 내리던 누더기눈도 내리다 지치면 숨을.. 2024. 2. 2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