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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그 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

by applenamu 2024. 8. 4.

그 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 

김용택 시집

 

그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

 

 

 

사랑방

 

김용택 

 

 

우리 뒷집 그 뒷집에 

사랑방이 있었다.

동네에서 오줌독이 제일 컸다.

그 오줌독에 개 가죽 노루 가죽 담가 기름 빼서 

열채, 궁굴채, 장구를 만들었다.

부낭 큰 푸세식 화장실도 제일 컸다.

한겨울 지나면 

봄이 되기 전 그 큰 부낭 똥이 넘쳤다.

그 방에서 집 없는

빠꾸 하나씨도 자고 

강샌도 자고 

마누라하고 싸운 남정네들도 잤다.

담배 찌든 냄새, 발 꼬랑내, 메주 냄새가 섞여 

머리가 띵했다.

어머니와 싸운 날 아침 식사 때가 되어도 오지 않는 아버지를 모시러 가보면

아버지는 모로 누워 있었다.

내가 불러도 돌아보지도 않고 

알았다고만 했다.

아버지가 베고 있는 목침에는 담뱃불로 탄 자국이 여기저기 까만 사마귀처럼 뚜렷했다.

어른들이 없는 날 그 방에 가보면

만들다 만 망태, 덕석, 재소쿠리 들이 윗목에 널브러져 있고 

실겅에는 고깔, 징, 장구, 소고가 얹혀 있었다.

외로운 사나이들의 피난처,

사랑방에 들면

아무렇게나 마음이 편했다.

닭 서리 닭 삶아대고 

허기진 배 굴풋하면 고구마 삶아대고 

때로 자다가 일어나 

밤밥 해대던 곳.

김 나는 하얀 쌀밥 차려 들고 

사랑방 문 열면

남정네들의 근심 걱정같이 

담배 연기 자욱한 사나이들의 방,

그 눈물 나던 방 사랑방. 

 

 


 

 

 

어제 오늘, 뉴욕의 하늘은 마른 벼락을 떨어집니다.

그리고 잊지 않고 뒤늦은 파열음이 따라 울립니다. 

삶을 살다보면,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잠시 물러나 바라보면,

천둥소리 이어지고,

'아, 벼락이었구나... ' 하는 인지가 저절로 됨에도 

당장 일어난 일들로 인해 허둥대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용택 시인의 시, 사랑방을 읽다보니 

그 시절의 시간들이 훗날 이렇게 멋진 시로 읽게 되니 

 

나의 오늘도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별하지 않은 오늘이 

훗날 저리도 아름답게 남을 수 있지 않을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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