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박태환 글 하융(이상) 삽화 일찍이 그는 고독을 사랑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고독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의 심경의 바른 표현이 못 될 게다. 그는 결코 고독을 사랑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아니 도리어 그는 그것을 그지없이 무서워하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고독과 힘을 겨루어, 결코 그것을 이겨 내지 못하였다. 그런 때, 구보는 차라리 고독에게 몸을 떠맡겨 버리고, 그리고 스스로 자기는 고독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라고 꾸며 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34면, 5화 중. 구보는, 문득, 수첩과 만년필을 그에게 주고, 가(可)하면 O를, 부(否)면 X를 그리고, O인 경우에는 내일 정오에 화신상회 옥상으로 오라고, 네가 무어라 표를 질러 놓든 내일 아침까지는 그것을 . 펴보지 않을 테니 안심..
2024. 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