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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본문
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소설.
침이 고인다, 비행운, 바깥은 여름, 두근두근 내 인생, 이중 하나는 거짓말 등의 소설을 집필한 김애란 작가의 새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이 번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에는 홈파티, 숲속 작은 집, 좋은 이웃, 이물감, 레몬케이크., 안녕이라 그랬어. 빗방울처럼. 총 7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다.
소설, <홈파티>는 배우활동을 하고 있는 여배우, 이연은 지인의 초대로 낯선 이들의 홈파티에 초대 받게 되고 때마침 차기작을 연기해야 하는 역할 공부도 할 겸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그 곳에서 나누는 대화 속에 온전히 스며들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고 홈파티에서 이른 퇴장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2년 김승옥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살면서 어떤 긴장은 이겨내야만 하고, 어떤 연기는 꼭 끝까지 무사히 마친 뒤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걸, 그건 세상 의 인정이나 사랑과 상관없는, 가식이나 예의와도 무관한, 말 그대로 실존의 영역임을 알았다. pp.39-40
<숲속 작은 집>은 미뤄 왔던 신혼여행을 떠난 신혼 부부가 해외의 숲속 작은 집에서 체류하면서 하우스키퍼에게 주는 팁과과 청소상태라는 미묘한 상관관계를 통해 인간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날 것의 감정들의 부대낌에 대해 적고 있다.
침대 옆 탁자에 쪼그려앉아 여느 때처럼 감사 인사를 적었다. 그녀가 팁을 가져간 뒤로 한 번도 거르지 않은 일인데, 막상 이곳을 떠나려 하니 이상하게 이 집에 돈을 놓아둘 수 있어도 감사 인사만은 남기고 싶지 않단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p.91
오영수 문학상 수상작, <좋은 이웃>은 전세살고 있는 주인공들의 위 층에 새로 입주할 부부가 방문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들은 입주 전에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며 당분간 시끄럽더라도 양해바란다고 사인을 받아간다. 홈스쿨링을 업으로 하는 주인공은 수업에 방해되는 소음소리가 거슬리고 점점 그 거슬림이 소음이 아닌 어쩜 나보다 더 어려보이는 새 입주자들에게서 혹은 과거에 무리해서 집을 사지 못한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가 정말 상실한 건 결국 좋은 이웃이 될 수 있고, 또 될지 몰랐던 우리 자신이었다는 뼈아픈 자각 때문이었다. p. 142
<이물감>은 식도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최근 자주 되새김질을 하는 회사원 기태가 회사동료들과 파트너와의 관계, 그리고 전 아내의 소설네트워크를 엿보고 그것도 모자라 전 아내가 가깝게 지내는 것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운영하는 식당에 방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꼰대질하지 않는 상사가 되고 싶었고 쿨하게 나이 먹고 싶었던 기태, 그러나 정작 기태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자신이 감정조차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존재임을 실감한다.
기태는 바로 그런 접대 자리에서 자신이 한 말이 아니라 하지 않은 말을 통해 원하는 걸 얻는 이들을 자주 목격해왔다. 그리고 그럴 때 상대가 넌지시 남긴 힌트를 열심히 주워가며 의중을 살피고, 아쉬운 이야기를 해온 쪽은 늘 기태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지금은 상대가 암호를 해독할 시간이었다. p.186
<레몬케이크> 직장을 그만 두고 책방을 연 기진은 오늘 레몬케이크와 샴페인으로 책방 1주년을 축하할 예정이다. 통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작가 섭외까지 마친 상태. 그런데 하필 오늘, 지방에서 사는 엄마의 건강검진 날이다. 서울에 올라온 엄마를 모시고 병원과 식사, 후식까지 잘 마무리하고 싶은 기진. 하지만, 이미 마음은 오후에 있을 행사 걱정에 앞에 있는 엄마와의 시간이 편치가 않다. 단지 하루의 일과이지만, 매일을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희망과 동동거림, 상실과 절망 등이 잘 담긴 짧지만 깊은 이야기이다.
나만 겪는 일이 아닐 텐데. 누군가는 진작 감내해온 일일 텐데. 다들 대체 이 숙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감도 오지 않았다. p.214
<안녕이라 그랬어> 속의 나는 온라인을 통해 캐나다에 거주하는 로버트란 남자와 영어공부를 한다.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나누다 마침내 안녕이라 말해야 할 순간이 온다. 특별하지 않았던 관계였음에도 그 안녕이라 말해야 하는 순간이 아쉽다. 안녕. 안녕. 수없이 많은 안녕이란 말과 함께 뒤로 했던 인연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있었던 수 없이 많은 감정들을 열었다 닫는 글이다. 안녕이란 말과 함께.
그리고 누구도 먼저 안녕이란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우리가 이제 다시는 못 볼 사이가 됐다는 걸 알았다. p.251
소설집 마지막에 담긴 글은 <빗방울처럼>,
전세사기를 당한 부부는 어쩔 수 없이 경매로 집을 구매하게 되고 대출을 갚기 위해 밤낮으로 일하다 남편은 결국 심근경색으로 사망하게 된다. 아내는 자책한다. 전세계약을 하던 날의 날씨마저도 원망하며.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중략)
그제야 지수는 자신이 그동안 누군가로부터 그 말을 얼마나 듣고 싶어했는지 깨달았다. pp.293-p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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