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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applenamu 2025. 6. 1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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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 2009년 1쇄

타인과 얼마간이나마 차이가 있는 것이야말로,
사람의 자아란 것을 형성하게 되고, 자립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유지해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라는 것은 나에게 있어 하나의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제 정신을 잃은 인간이 품는 환상만큼 아름다운 것은 현실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소설을 쓴다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책상 앞에 앉아 신경을 레이저 광선처럼 한 곳에 집중하고, 무의 지평에서 상상력을 발휘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적합한 단어를 일일이 선택해서 전체의 흐름을 있어야 할 위치에 계속 유지키시는- 그러한 작업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장기간 동안 필요로 한다. 뼈를 깎는 듯한 노동이 몸 안에서 역동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문학이라는 것은 훨씬 자발적인 활력이 있어야 한다. 나에게 있어 소설을 쓰는 것은 험준한 산의 암벽을 기어오르고, 걷고 격렬한 격투 끝에 정상에 오르는 작업이다. 자신에게 이기든지, 아니면 지든지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그 같은 내적인 이미지를 염두에 두고, 나는 언제나 장편소설을 쓰고 있다.

존재라는 사물의 의미를 편의적으로 두드처지게 보이기 위해서 혹은 또 그 유한성의 에두른 비유로서, 어딘가의 지점에 다른 일은 젖혀놓고 우선 종착점이 설정되어 있을 뿐이 아닌가, 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구름은 언제나 말이 없다. 나는 하늘를 우러러보거나 하는 일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시선을 향했어야만 하는 것은 아마도 자신의 안쪽인 것이다. 나는 자신의 내면으로 눈을 돌린다. 깊은 우물의 바닥을 보는 것처럼.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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