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아침,
파랑 만년필과 초록 노트, 녹차를 담은 노란 텀블러를 들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에 도착해 주차하고 2층 창가 자리에 앉았는데 왼쪽 주머니에 넣어 왔던 파랑 만년필이 사라졌다.
오는 길에 흘렸나 싶어 주차해 있는 곳까지 찬찬히 살피며 오고 간 길과 차 내부를 확인했는데, 펜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침착한 척 하며 집에 있겠지, 의연한 척 의자에 앉아 할 일을 하는데, 유독 주변의 소리가 거슬린다. 사서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이 방문해 나누는 대화, 커플이 소근거리는 소리, 이어폰을 끼고 영상을 보며 참아도 새어내오는 청년의 낄낄대는 웃음 소리에 통 집중할 수가 없다. 고작 얼마 안되는 펜을 잃어버렸을 뿐인데, 마음이 심란하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펜을 잃어버려 불편함도 있지만,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 나의 일주일은 어떤 시간이었지? 되돌아본다.
펜을 잃어버린 것으로 그렇게 속상했는데,
시간을 잃어버린 것은 괜찮은 것인지,
누군가의 시간은 기록되고
나의 시간은 소비만 된다는 것이 아찔하다.
마지막으로 촬영한 파란펜은 책, 허송세월과 함께였다.
김훈 작가의 허송세월,
Wasted days…
불완전한 세상에는 그 불완전을 살아 내는 불완전한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허약하지만 소중하다. 287쪽.
이 문장으로 나를 위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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