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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누군가를 '안다'고 말할 때 본문
아침, 아이를 캠프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 차 안에 클래식 음악이 흐릅니다. 익숙한 듯, 그러나 낯선 선율. 곡 정보에 뜬 이름은 E. Elgar – Imperial March, Op.32. 순간 멈칫합니다.
엘가라고?
그 이름이 내게 떠오르게 하는 건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곡이었습니다.
국내에서 엘가는 Salut d’Amour (사랑의 인사)로 많이 알려져 있죠. 부드럽고 섬세한 바이올린 선율, 그 안에 담긴 고백.
그 곡은 엘가가 자신보다 9살 연상이었던 연인, 캐롤라인 로버츠 앨리스에게 청혼의 의미로 바쳤던 곡이라고 합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음악으로 마음을 전한 이 작곡가의 이미지 속엔, 따뜻함과 낭만이 녹아 있습니다.
그런데 Imperial March를 들으면서 저는 그와는 전혀 다른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 곡은 1897년, 빅토리아 여왕 즉위 60주년을 기념해 작곡된 작품입니다. 제목부터가 ‘제국 행진곡’. 그 속에는 위엄, 힘, 절도 같은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습니다.
'사랑의 인사'를 작곡한 사람이 이런 웅장한 곡도 만들었다는 사실이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그 낯섦은 단순한 의외성 때문이 아니라, 제가 ‘엘가’라는 인물에 대해 이미 단편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금세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종종 어떤 사람의 일부를 보고, 그 전부를 안다고 믿습니다.
한 사람의 말투, 취향, 혹은 단 하나의 작품으로 그 사람 전체를 정의하려 들지요.
하지만 사람은 결코 하나의 선율만으로 구성된 존재가 아닙니다. 사랑을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도, 때론 권위와 힘을 표현할 수 있고, 조용히 앉아 있던 사람이 낯선 열정을 품고 있을 수도 있지요.
음악을 듣다가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안다고 말할 때, 나는 과연 무엇을 근거로 그리 말하고 있었을까?’
내가 본 것은 그 사람의 얼마나 작은 일부였을까?
엘가의 두 곡 사이에서 떠오른 이 질문은 결국, 타인을 향한 경계심이 아니라 깊은 존중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줍니다.
사람을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알아가려는 태도’를 잃지 않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누군가를 향해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 각자의 삶의 선율도 더 풍성하게 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ysG2AiEFeRw?si=lIBohWdYRtE6XNRi
https://youtu.be/8Vlvppx1sVg?si=lHo0PYbeCTPAu7Q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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