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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 냄새와 엄마의 눈물 본문
한국에서 조카와 어머니께서 방문하신 지 벌써 3주가 조금 넘었다.
푹푹 찌던 더위도 초복과 중복을 지나 어느새 한풀 꺾였고,
오늘 아침엔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기분이 참 좋았다.
문득 이웃에서 풍겨오는 삼계탕 끓이는 냄새에
어린 시절, 엄마가 주방에서 가족을 위해 요리하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아마도 지금 엄마와 함께여서 더 그 시절이 선명하게 그려지는 것 같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냄새가 나면 아이들에게 삼계탕을 해줘야겠다 싶었을 텐데,
오늘은 문득, 엄마에게 “해 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초복엔 내가 직접 삼계탕을 끓여 맛있게 먹었지만,
이런 날은 엄마에게 부탁해볼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스친다.
어느덧 엄마의 나이도 팔순을 바라보고 있다.
전쟁통을 지나 살아남으셨고, 부잣집 막내딸로 자라 배 곯을 일 없이
과외까지 받으며 대학을 나오셨고,
70년대엔 여성으로서 드물게 은행원으로도 일하셨다.
그 시절 기준으론 누릴 것을 많이 누리신 편이지만,
엄마는 늘 외로움을 말하시고, 서운함을 품고 계신다.
아마도...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크셔서 그런 건 아닐까,
조심스레 그렇게 짐작해본다.
이번 여행이 끝나면 당분간 엄마를 다시 뵙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요즘은 엄마와의 시간이 유난히 애틋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에 매여
엄마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내가
참 아쉽고, 마음이 무겁다.
사람으로 태어나
아이에서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어도—
여전히 그녀는 자신의 인생의 주인공이다.
어쩌면, 그녀의 눈물은
그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이 존중받지 못했다고 느낄 때
흘러나오는 건 아닐까 싶어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 닭이 다 익은 것 같다.
남은 시간, 엄마가 하루라도 더 웃고
좋은 추억 한 조각 더 가슴에 품고 한국으로 돌아가시도록 조금 더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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