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드립커피 내리기

가장 중요한 추출은 좋은 품질의 생두를 훌륭한 로스팅 기술과 추출 기술로, 추출된 커피액에 물을 섞지(희석) 않고 커피의 농도를 볶음도에 따라 (부드럽게, 진하게) 조율하여 손님에게 추출해 주는 것이다. - 책 속에서, 권대옥 바리스타 -
6학년이 끝날 무렵, 겨울이었던 것 같다. 집에서 걸어서 20분 가량 떨어진 친구의 집에 놀러갔던 날이었다. 날씨에 대한 기억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혹한이었거나 눈이 펑펑 내려 폴짝폴짝 뛰었던 기억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평범한 겨울날이었을 것이다.
나와 동행했던 친구와 함께 도착한 또 다른 친구의 집에 들어가자 친구와 친구의 어머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리고 잠시 뒤, 예쁜 커피잔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믹스커피를 찻잔에 내 오신 것이다. 어쩜 처음으로 어른대접을 받는 것이 으쓱하기도 하고 신나기도 해서 홀짝 홀짝 마시며 음미하던 난생처음 맛본 그 날의 커피는 지금까지도 내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렇게 시작된 커피와의 인연.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갖은 종류의 캔커피, 대학에선 자판기커피, 직장에서 일하며 마시던 믹스커피, 결혼하고 마시기 시작한 아메리카노로 이어지는 나의 커피 연대기. 손발저림이 생겨 디카페인으로 바꾸고 이젠 커피보단 차를 선호하지만, 역시 커피와의 이별은 아직인 듯 싶다.
곁님이 제법 커피를 잘 내려 늘 얻어마시는 호사를 누리다가 오늘 오후는 갑자기 커피가 마시고 싶어 핸드드립을 시도했는데 실패하고 책을 찾아 읽은 뒤 두 번째 도전해 성공했다. 무엇이든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온 맘 대해야 하는구나란 생각이 스친다.